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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프로야구] FA 계약 1호, 성실함의 가치 인정받은 롯데 문규현







2017 프로야구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그 주인공은 롯데 내야수 문규현이었다. 문규현은 기본 2년에 1년은 구단이 연장 옵션을 가지는 2+1 계약에 총액 10억원으로 FA 원소속팀 롯데와 계약을 맺었다. 2002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후 16년간 롯데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던 문규현은 롯데와 인연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많은 내부 FA 보유한 롯데는 FA 계약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문규현의 계약 규모는 최근 FA시장의 흐름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대형 선수들의 경우 100억원 이상이 현실이 됐고 이번 FA 시장에서도 그 이상의 계약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규현에게는 이번 FA 계약이 더없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문규현은 이번 FA 시장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2002시즌부터 시작한 프로선수생활 동안 통산 타율은 0.247에 불과했고 장타력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경험 많은 내야수라는 장점이 있었지만, 수비에서도 화려함보다는내실을 추구하는 선수였다. 말 그대로 평범한 내야수라 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이 장점이지만, 이런 문규현을 보상선수를 내주면서 영입할 구단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었다. 문규현의 사례는 보상 선수 규정으로 인해 선택에 제한을 받는 다수의  FA 대상 선수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문규현은 2002시즌 롯데에 입단한 이후 오랜 기간 무명의 시간을 보냈다. 군에 다녀온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2009시즌까지 문규현은 주로 2군에 머물렀다 주전들의 부상 공백 등이 생기면 잠시 그 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했다. 팀 내에서도 그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초조함의 시간이 흘러갔지만, 문규현은 그 시간을 견디고 기다렸다. 

2010시즌부터 문규현은 1군에서 출전 경기 수를 늘려나갔다. 타격에서는 특출난 모습은 아니었지만, 성실함과 안정된 수비로 1군 붙박이 선수로 입지를 다졌다. 중간중간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입지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문규현은 어느새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다. 한참 물오른 기량을 과시할 시기에 부상으로 시련의 시간을 겪기도 했지만, 문규현은 이를 떨쳐내고 주전 유격수로 돌아오곤 했다. 

올 시즌에도 문규현은 신본기 등 상대적으로 젊은 경쟁자들에 밀려 주전 자리를 내주고 시즌을 시작했다. 주 포지션인 유격수에서 밀려 3루수로도 나서야 했다. 한 때 2군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규현은 시즌 중반 이후 안정감 있는 수비를 바탕으로 다시 주전 유격수 자리를 되찾았다. 외국인 선수 번즈와 함께 문규현은 수비에서 높은 팀 기여도를 보여줬다. 문규현, 번즈가 구축한 유격수, 2루수 센터 라인은 수비에서 만큼은 정상급이었다. 롯데가 올 시즌 수비에서 놀라운 발전을 보인 건 이들의 역할이 컸다. 

타격에서도 문규현은 롯데에 부족한 작전 수행과 팀 배팅에 주력하며 하위 타선에서 양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 0.270의 타율과 6홈런, 42타점은 초라해 보일 수 있는 성적이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궂은 일을 많이해준 문규현이었다. 이런 활약으로 문규현은 신본기, 황진수, 김동한, 정훈 등 다수의 내야 경쟁자들을 제치고 결국, 주전 유격수 자리를 다시 지킬 수 있었다. 롯데가 올 시즌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는 데 있어 문규현의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물론, 타 팀 유격수들과 비교해 문규현의 활약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다. 내야수들에도 공격에서의 약할 비중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문규현의 공격력은 분명 부족함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수비폭도 좁아졌다. 롯데가 더 강한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격력을 갖춘 내야수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관점에서 문규현에 대한 평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롯데는 문규현이 롯데 선수로서 오랜 세월 보여줬던 성실함과 노력의 가치를 인정했다. 현실적으로 문규현을 대체할 내부 유격수 자원이 없다는 점고 고려했다. 신본기라는 대안이 있지만, 올 시즌 신본기는 타격과 수비에서 문규현을 넘어서지 못했다. 투수진의 세대교체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롯데였지만, 야수진 특히, 내야수 부분에서는 김민수 등 유망주들의 성장에도 시간이 필요한 롯데였다. 롯데로서는 문규현이 향후 2~3년간 상당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측면에서도 그가 필요했다. 롯데는 성의 있는 제안을 했고 문규현을 이를 받아들였다. 

문규현의 FA 계약을 통해 롯데는 오랜 기간 팀에 헌신한 선수들에게도 보상이 돌아간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는 팀 사기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선수들에게 긍정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문규현 역시 의욕적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문규현의 이번 계약은 선수도 구단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FA 계약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원소속팀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시장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외면받는 소위 준척급 FA 선수들의 현실이 겹쳐진다. 현재 이번 FA 시장에는 문규현과 비슷한 처지의 선수들의 다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문규현과 같이 기분 좋은 계약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규현의 이번 계약을 보면서 FA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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