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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징비록 다시보기 5회] 후계 구도를 놓고 시작된 복잡한 셈법









서인 정철과 윤두수가 주축이 된 세자 책봉을 둘러싼 비밀 회합은 선조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서먹한 자리가 된다. 선조는 서인의 영수 정철과 윤두수, 동인의 영수 이산해, 류성용에게 붕당 간의 대립에 대해 경고했다. 선조는 강력한 왕권을 신하들이 뒷받침해줄것을 은연중 내비쳤다. 당연히 선조의 후계자, 즉 세자 책봉을 위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서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강력한 왕권을 원하는 선조와 정치적 동반자가 될 수 없었다. 신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차세대 권력이 필요했다. 그들은 미래 권력만큼은 서인의 정치 성향과 맞는 인물이 필요했다. 서인이 원하는 세자 후보는 광해군이었다.


서인은 이러한 그들의 정치적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동인과 관계에 있어 유화책을 펼쳤다. 그들은 동인이었던 우의정 류성용에게 인사권을 모두 관할하게 하게 선조의 결정에 동의했다. 서인은 동인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세자 책봉에 있어 협력을 받으려 했다. 서인은 동인과의 협의 과정에서 세자 책봉의 당위성을 내세웠고 동인 측도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노회한 정치인이었던 동인의 영수이자 영의정 이산해는 서인 측의 의도를 의심했다. 이산해는 비밀리에 서인 측 책사 송익필과 접촉과 그들이 세자 책봉을 주장하는 진짜 의도를 파악했다. 이산해는 곧바로 정치 공작에 들어갔다. 이산해는 선조가 총애하는 후궁 인빈 김씨의 측근에 서인 측의 의도를 흘렸다. 이는 정치적 파란을 예고했다.



내심 인빈 김씨의 아들 신성군에 더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선조는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하려는 서인 측의 움직임이 탐탁치 않았다. 왕권 강화라는 선조의 목표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인의 의도대로 세자를 결정한다면 국정 주도권을 내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는 선조와 서인 세력 간 강한 대립을 예고하는 일이었다.



이런 선조와 서인의 대립구도 속에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동인, 영의정 이산해로부터 서인의 의도를 파악한 우의정 류성용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 했다. 그는 명분론을 바탕으로 세자 책봉에 동의했지만, 서인 측의 미래 권력을 위한 시도가 저변에 깔려 있음을 알게 된 이상, 협력을 하기 어려웠다. 이는 서인과 동인과 또 한 번의 정치적 대결을 불가피하게 됐다.



이렇게 세자 책봉을 둘러싼 정치권의 복잡한 대결 구도가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으로 떠난 통신사 일행은 국서 문제로 일본 측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국서의 내용이 조선 측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본 측은 최고 실력자 토요토미의 의도를 반영해 조선의 통신사 일행이 일본에 입조한 것으로 일본이 명나라를 공격할 때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사실 일본의 침략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통신사를 파견한 조선으로서는 굴욕적인 내용이었다. 조선은 일본 측에 국서의 내용을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조선과의 전쟁을 막기 위한 일본의 또 다른 실력자 고니시와 대마도주의 입장이 곤란해졌다. 고니시는 국서의 해석이 다름을 들어 조선이 국서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이미 긴 시간 일본에 머물러있었던 조선 통신사 일행은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통신사 일행은 국서의 내용을 조금 수정하는 선에서 일본 측과 합의했다. 조선으로 귀국하는 길, 일본의 최고 실력자 토요토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었다. 서인 인사였던 정사 황윤길을 그의 침략 의도를 우려하고 있었지만, 동인 인사였던 부사 김성일은 그와 반대로 토요토미의 오만방자함을 허세로 파악하고 있었다. 당연히 일본의 침략 우려에 대한 시각도 달랐다. 이는 앞으로 동. 서인의 대립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외침에 대한 논의가 순탄치 않게 됨을 의미했다.


임진왜란 발발이 채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 일본의 위협이 점점 거세지는 상황에서 조선은 내부 문제로 이에 대한 대비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가 내부 논의에서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군사력과 침략 의도를 아직 조선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다가오는 전쟁의 검은 그림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안타까운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다.



사진,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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