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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징비록 다시보기 16회] 도성을 버린 임금, 임금을 버린 민심






조선의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 없었던 신립 부대의 탄금대 전투 패전과 그의 전사 이후 일본군의 북상에는 더는 장애물이 없었다. 도성인 한양 진출도 시간문제였다. 주력 부대가 모두 궤멸된 상황에서 사기가 충천한 수만의 일본 군대를 막을 군사가 조선에는 없었다. 그나마 남은 병력은 일본군을 두려워하고 있었고 시가는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었다. 각 지방의 구원군이 도성으로 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도성 방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선조는 하루라도 빨리 도성을 버리고 파천할 것을 조정에 명했다. 하지만 류성룡을 비롯한 대신들은 도성 사수를 강력히 주장했다. 특히, 류성룡은 자신의 직접 일본군을 맞설 것을 천명하게 항전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선조의 마음은 이미 결사 항전과 거리가 있었다. 류성룡이 남은 병력으로 방어를 위해 골몰하고 있었지만, 선조는 정치적 술수를 발휘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 했다. 


류성룡은 불리한 싸움인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임금이 너무 쉽게 도성을 버린다면 심각한 민심 이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는 앞으로 전열을 재 정비하고 맞서 싸울 수 있는 동력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류성룡은 간곡히 결사 항전을 선조에 주장했지만, 선조는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결국, 선조는 류성룡의 제안을 뿌리치고 파천을 강행했다. 일본군의 한양 진입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 조선 조정을 이에 맞서 싸울 것을 논하기보다는 파천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시간을 허비했다. 많은 비가 내리는 새벽 선조의 어가는 북쪽으로 향했다. 마지막까지 적과 맞서 싸우려 했던 류성룡은 마지못해 선조의 어가를 따랐다. 







선조의 어가는 자신을 버리지 말 것을 애원하는 한양의 일반 국민들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성을 너무 쉽게 버린 임금의 행태는 일반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텅 빈 궁궐에 난입한 이들을 궁궐을 불태우고 약탈을 자행했다. 자신들을 버린 임금과 조정을 그들 역시 버린 셈이었다. 


선조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중요한 민심을 잃과 말았다. 수백 년 조선의 궁궐 경복궁이 일반 국민들에 의해 불태워지는 장면은 너무나도 상징성이 컸다. 하지만 이런 민심 이반에도 선조는 자신의 권력의지를 버리지 못 했다. 그는 급변 상황에 마지못해 광해군을 세자로 임명했지만, 전시에 따른 하시적 조치임을 천명했다. 광해군은 너무나도 초라한 세자 임명식을 치러야 했고 아버지 선조의 냉소 속에 세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또한 선조는 그가 조정에서 배제했던 서인 인사인 윤두수와 이항복을 다시 요직에 등용하며 친정체제를 굳건히 했다. 선조에게는 당장 자신의 안위와 권력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이렇게 조선이 아직 전열을 정비하지 못하는 사이 일보군은 고니시와 카토를 중심으로 한양으로 빠르게 진격했다. 그들에게 더는 걸림돌이 없었고 마치 경주를 하듯 빠르게 조선의 도성으로 향했다. 조선은 도성 수비를 위해 병력을 남겨두었지만, 임금이 파천을 떠난 상항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애당초 불가능했다. 


결국, 선조는 임진강을 건너 개성에 자리를 잡았다. 선조와 조정은 그곳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전쟁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면서 조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영의정 이산해에 다한  파직 상소가 빗발쳤다. 이산해가 파천을 주장해 항전 의지를 떨어뜨리고 너무 쉽게 도성을 적에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선조에게 이런 주장은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했다. 


선조는 이산해의 파직과 더불어 전쟁 대처에 있어 대립각을 세웠던 류성룡의 파직을 함께 명했다. 하지만 전시상황에서 정승 2명을 함께 파직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선조로서는 이를 통해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하지만 류성룡이 선조의 파직 명령을 순순히 받아들이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것을 예고했다. 이미 도성과 국민들을 버린 임금인 선조에 대해 류성룡은 큰 미련을 두지 않음을 의미했다. 


일본군의 파죽지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전시 대처에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조선이 어떻게 대응할지 개전 후 한 달도 안돼 도성을 빼앗기고 민심마저 조정과 임금에 등을 돌리고 있는 조선의 상황이 당장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사진,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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